[더깊은뉴스]“관광객 싫어요”…벽화에 두 동간 난 마을 민심

2016-11-02 7

최근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 관광객을 모으는 벽화마을이 늘고 있습니다. 침체됐던 마을에 생기가 돌기도 하지만 쓰레기와 소음, 절도 같은 부작용도 많습니다.

관광 수익이 일부 상인들에게 쏠리면서 마을이 둘로 갈려 다투기도 합니다.

김유림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김유림 기자]
한때는 부산의 가장 낙후한 동네였던 부산감천마을. 지금은 이렇게 줄 서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인기입니다.

그런데 이 호황이 모두에게 즐거운 일일까요?

45년 동안 동네 골목길을 지켜온 구멍가게를 들러봤습니다.

[장세옥 / 부산감천마을 45년 거주]
"민들레 저기가 우리 집자리였어요. 우리 큰아들이 46살이거든요. 45년 살았아요. 여기에서."

그런데 두달 전 갑자기 임대료가 세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장세옥 / 부산감천마을 45년 거주]
"장사 되면 조금 올리고 올리고 30만 원 했는데 지금은 80만 원. (한달에요?) 응."

그나마 큰길에 있는 상점들은 사정이 나은 편. 구석진 곳에 사는 일반 주민들은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기자 스탠딩]
"자, 이제부터 감천문화마을 골목길을 한번 가보겠습니다."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에 벽을 빼곡히 채운 낙서. 곳곳에 폐가도 남겨져 있습니다.

[기자 녹취]
"여기 보면 안 본 우편물들이 이렇게 붙어져 있고요."

[이상준 / 부산감천마을 49년 거주]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여다보니 웃통도 못 벗고 살고. 커피 한 잔 해도 아무데나 버리거든. 곳곳에 보면 쓰레기가."

서울 이화마을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알록달록 꽃이 피었던 계단은 회색 페인트로 뒤덮였습니다.

[빈스 / 미국 관광객]
"많은 벽화를 기대했는데 규모가 작아서 놀랐어요."

제발 조용히 해달라며 화가 난듯 써놓은 글씨들. 밀려오는 외지인 때문에 불편을 겪게 되자 주민들이 벽화를 지우는 상황입니다.

[주민]
"저희는 벽화를 삶에 대한 테러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게 부자 동네면 가당키나 했겠습니까. 그냥 예술이라는 명목하에 본인들이 와서 폭력을 행사한 거라고 봅니다."

소음에 낙서는 기본, 집안에 있던 물건이 없어지는 일도 흔합니다.

[주민]
"관광객이 몰리고 대문을 열어 놓으면 신발을 집어갑니다. 그래서 대문 열어 놓은 데가 없습니다."

상인들은 관광객을 기다리고, 주민들은 관광객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고 마을 민심은 둘로 찢겼습니다.

[이화마을 상인]
"자기네는 아무 소득이 없고 가게 하는 사람만 득을 본다, 뭐 이런 식이잖아. 그런 걸 이해 못하면 동네 발전을 어떻게 시켜?"

[주민]
"주민들하고 한 목소리로 정부에 대책을 세워달라고 해야 하는데, 이건 오히려 상인들이 주민들한테 뭐라고 하고 고발을 하고."

원주민이 쫓겨나고 서로 등을 돌리는 현실. 관광 수입이 일부에게만 돌아가는 구조가 주된 원인입니다.

[이훈 /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상대적 박탈감. 상인들은 돈도 벌 수 있고 집값도 오르는데, 거주민들은 그러지 못하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해법은 없을까.

부산 감천마을은 지자체와 협력해 상점 8개를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서 나오는 이익은 대부분 꼭 필요한 마을 사업에 사용합니다.

[전순선 /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 부회장]
"작년 한 해 15억 원 매출이에요. 마을의 수입은 마을 사람한테 환원하고 좀 더 마을이 잘 살 수 있는 함께 잘 살 수 있는."

캠페인을 벌이며 조용한 관광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김영자 / 북촌한옥마을]
"이걸 보면 벌써 외국 사람들도 다 쉬쉬~"

이제는 무분별환 관광마을 조성에 앞서 원주민을 배려하는 제도와 인식개선이 시급합니다.

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

연출 : 김지희 최승희
글구성 : 전다정 장윤경
스마트리포터 : 류열
그래픽 : 김민수 양다은